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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hessboard.

 

 정말 내게서 더 이상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네 것을 내어줄 거야, 로렌스? 어떻게 해줄까 널. 네가 앗아간 내 눈처럼 네 눈도 똑같이 만들어줘야 할까? 아니면 오른 손목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완전히 부러트려줄까. 그래, 다음엔 목을 달라 할 수도 있겠네. 우린 적이잖아. 책임 지지 못할 말을 너무나도 쉽게 입에 올린 건 아니야?... 아, 혹시 내가 아직도 널 레니라 부르며 따랐던 멍청이로 생각하는 건가.

 제 손을 더 꾹 쥐었다. 손바닥에 아릿한 통증으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. 이래선 술에 취한 게 넌지, 아니면 난지... 코에 닿는 술향이 머리를 어지럽힌다. 너한테 사과받고자 한 게 아니었다. 아니 자신은 사과받아선 안되었다. 도대체 넌, 항상 왜. 으득, 다시 이를 갈으며 입꼬리를 올렸다. 오른 눈의 통증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일렁이는 기분이다. 네 말은 또 내게 닿아 잔인하게도 제가 애써 덮어두었던 상처를 칼로 난도질한다. 너는 늘, 그 웃는 얼굴로, 다정한 목소리로, 올곧은 생각으로, 허울뿐인 믿음으로... 포기하지도 않고 내게 다가온다.

 사실 알고 있어. 이런 식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면 후회뿐 일 것이란 걸.... 그래도, 그래도... 넌 적어도 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. 아니, 적어도 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. 쓴 미소 지었다. 가만 허공으로 시선 돌렸다가 신경질적으로 네 멱살을 낚아챈다. 잡은 손이 조금 떨렸다. 그럼에도 약한 힘이 아니었다. 

 그래, 좋아. 이번에도 내가 잡은 목표가 잘못되었다고. 방법이, 틀렸다고... ... 제발 적당히 해, 로렌스. 넌 항상 날 비참하게 해.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최선이 아니라면, 그럼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데? 정신은 이미 똑바로 차리고 있어. 성인이 되어 집을 나와 사는 게 어떤 건지는 아니?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했다면 난 진즉 미쳐버렸을 거야. 

손바닥에 맺혀 있던 혈흔이 네 옷에 스며든다. 손바닥에 닿는 섬유의 촉감이 더욱 상처를 아릿하게 만들어 미간을 구겼다. 손바닥이 아린 건지, 다른 곳이 아린 건지는 모르겠지만.

 


넌 죽어도 몰라, 로렌스. 난 그 그럴듯하게 꾸며진 온실에 안주하며 살아왔어. 그 좁은 곳이 온실이 아닌 내 세상의 전부라 믿었거든. 그래서 그게 온실이라는 걸 깨달았을 때 비참했어. 그렇지만, 넌... 넌 달랐잖아. 난 온실 안에서만 반짝일 수 있었지만 넌 어딜 가든 빛날 수 있는 사람이었잖아. 그 사실이 너무나도 비겁해. 눈물 날 정도로 분해. 억울해서 숨을 쉴 수가 없어.

 내가 너한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한 적이 있었나. 그래, 딱 한 번 있었던 것 같아. 성인이 되어 집을 나서기 전, 지금의 네 자리를 달라며 애원했을 때 이런 식으로 쏟아냈었던 것 같다. 손에 힘이 빠졌다. 네 멱살을 가만 놓아준다. 

있잖아, 레니. 네가 전에 물은 적이 있었지. 널 왜 싫어하냐고.

 먼지 붙은 애칭을 오랜만에 입에 담으며 느린 미소 지었다. 너가 이렇게 다가오면 난 네게 지독한 상처를 남기는 법밖에 없겠지. 그게 비록 스스로도 상처 입히더라도 괜찮았다. 

난 말이야.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아도
죽도록 노력해도

당연하다는 것 마냥 모든 것을 가진 네가,
아무것도 손에 넣을 수 없는 내가,

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한테 웃는 얼굴을 보이는 네가.
모난 곳이 없는 네게 결국 이렇게 화살을 돌려 버린 내가.

정말로 증오스러워. 죽여버리고 싶을 정도로 말이야.

어때 답이 됐어? 눈을 내리뜨며 말하다 널 바라보며 오랜만에 환하게 웃어주었다.